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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란의 다도향기 13] 차(茶)로 만난 지음(知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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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BCB포럼 조회 7회 작성일 26.10.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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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알아주는 벗에서 차향을 알아주는 벗으로


‘지음(知音)’은 알 지(知)와 소리 음(音), 글자 그대로 ‘소리를 알아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소리는 단순히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다. 소리에 담긴 뜻과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지음이다. 그래서 지음은 오랜 세월 진정한 우정과 깊은 마음의 교감을 상징하는 말로 전해져 왔다.

지음의 유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중국 고대의 고금(古琴, 일곱 줄로 된 중국의 전통 현악기) 명인 백아(伯牙)와 그의 지기(知己) 종자기(鍾子期)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열자(列子)·탕문(湯問)》과 《여씨춘추(呂氏春秋)》 등에 전해지며, 후대에는 ‘고산유수(高山流水)’와 함께 서로의 뜻과 마음을 알아주는 참된 우정을 상징하는 고사로 널리 알려졌다. 오늘날 말하는 ‘지음문화’ 역시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열자·탕문(列子·湯問)》에는 두 사람의 교감이 인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伯牙鼓琴,志在登高山,鍾子期曰:‘善哉!峩峩兮若泰山!’ 志在流水,鍾子期曰:‘善哉!洋洋兮若江河!’”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며 고금을 연주하자 종자기는 태산처럼 높고 웅장한 뜻을 알아차렸고,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하자 넓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정취를 헤아렸다. 백아가 음악에 담은 뜻과 마음을 종자기가 알아준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지음(知音)’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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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연은 종자기가 세상을 떠난 뒤 더욱 깊은 의미를 남겼다. 《여씨춘추》에는 종자기가 죽자 백아가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알아줄 사람이 더는 없다고 여겨 고금을 깨뜨리고 줄을 끊은 뒤 평생 다시 연주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여기에서 후세에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 불리는 고사가 비롯되었다.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을 통해 마음을 알아본 이야기가 ‘지음’의 상징이 되었다면, 백아절현은 마음을 알아주는 벗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더욱 구체적인 전설로 이어졌다. 백아가 초(楚)나라로 가던 길에 한양(漢陽), 지금의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 일대에서 종자기를 만나 지기가 되었다는 이야기와 종자기를 나무꾼으로 묘사하는 이야기도 이 과정에서 널리 전해졌다. 

이러한 전승은 오늘날 우한의 ‘지음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백아자기 전설(伯牙子期傳說)은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우한의 채전구(蔡甸區)와 한양구(漢陽區)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다. 마안산(馬鞍山)과 고금대(古琴臺) 등 관련 장소 역시 이 전승과 함께 알려져 있다. 

후베이성문화관광청(湖北省文化和旅游厅)에 따르면, 우한 한양의 고금대 고금대(古琴臺)는 백아와 종자기의 지음지교를 기리는 대표적인 역사문화 공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우한에서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는 오랜 전설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지음은 단순히 음악을 잘 알아듣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소리에 담긴 뜻과 마음까지 알아주는 벗, 그것이 지음이다. 백아와 종자기가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았듯, 이러한 지음의 정신은 오늘날 차(茶)를 나누는 찻자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차 한 잔을 마주하는 자리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차를 우리는 사람은 정성을 담고, 마시는 사람은 빛깔을 살피고 향을 맡으며 천천히 맛을 음미한다. 좋은 음악을 알아듣는 데 마음이 필요하듯, 차의 깊이를 함께 나누는 데에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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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23일, 서울에서 열린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시 문화관광국의 ‘우한 문화관광 설명회(한국)’에서도 이러한 문화적 교감의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지음의 도시 우한’을 내세운 행사에서는 우한의 문화와 무형문화유산을 소개했다. 다도사범인 필자가 우한 특색의 녹차와 홍차를 소개하고 품차를 진행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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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는 한 지역의 자연과 그곳 사람들의 손길, 오랜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다른 나라의 차를 맛본다는 것은 새로운 풍미를 경험하는 동시에, 그 차에 깃든 지역의 삶과 문화를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우한의 차를 직접 품차하는 자리는 ‘지음(知音)’의 의미를 차문화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했다. 서로의 언어가 달라도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향과 맛을 나누는 일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백아와 종자기가 소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았듯, 차 역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이어주는 문화적 매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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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류란 서로 다른 것을 같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알고 존중하며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고금의 소리에서 시작된 ‘지음’은 오늘의 찻자리에서 다시 이어진다. 소리를 알아듣던 지음에서 향을 나누고 맛을 이해하며,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지음으로. 

찻자리는 그렇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오늘의 ‘지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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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유래 참고자료: 중국 바이두백과《列子·湯問》,《呂氏春秋》, 

중국국가급무형문화유산 伯牙子期傳說’ 관련 자료, 후베이성 문화관광 관련 자료.

차문화 전문가/조미란 

운소당 차문화테라피연구원 원장 


기사 출처: http://www.gb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73999